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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2ch] 누나에게 붙어있는 것

  • 추천 2
  • 조회 6048
  • 2020.04.11 20:58
우리 누나 이야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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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 누나는 운이 좋아.

복권을 사면 거의 다 당첨돼.

당첨된다고 해도 3억엔처럼 꿈만같은 당첨이 아닌 게 아쉬운 부분이야.

거의 3000엔 정도가 당첨돼.

몇 번 당첨된 지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야.

고액은 100,000엔이 3번 당첨됐어.

그때는 신이 나서 마츠사카 소고기에다 참다랑어에다 대뱃살 같은 걸 사와서 나도 신이 났었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나.

요즘은 10장씩은 안사고 3장씩 사고 있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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반 년쯤 전, 퇴근길에 한 잔 했는지

완전히 취해서는 자전거를 타다가 심하게 넘어져서 반쯤 울면서 집에 왔어.

나한테 자전거 고쳐달라길래 살펴보니 타이어가 변형되어버린 거야.

그래서 이런 건 못 고친다고, 가게에서 수리하라고 하니 토요일에 근처 자전거 가게에 가져갔어.

그런데 밤에 집에 와보니 현관에 전기 자전거가 있는 거야.

누나가 새로 바꾼 줄 알았는데 저녁밥 먹을 때 싱글벙글 웃으며 이러더라.

자전거 가게에 수리를 부탁하려고 점원한테 봐달라고 했는데, 꽤 수리비가 나올 것 같았다는 거야.

새로 살 건지 수리할 건지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

어떤 할머니가 자전거를 밀며 가게에 들어왔어.

할머니와 점원이 얘기 나누는 걸 듣고 있으니, 아무래도 자전거를 처분하러 온 것 같았어.

최근 몸이 안 좋아져 고령자전용주택에 입주하게 되었다고.

자전거를 타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에 가져가도 못한다고 하시더래.

점원은 중고 판매는 하지 않으므로 처분료 2,500엔을 내시면 처분하겠다고 했어.

그때 누나가 기뻐하며 [제가 받아도 될까요] 하고 할머니한테 부탁을 해,

자기 자전거를 처분하고 그걸 받아서 집에 왔다는 거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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넘어지긴 해도 다치진 않아.

이런 게 누나에게는 일상다반사였어.

사사로운 일에 묘하게 운이 좋아.

근데 저번 주 토요일에 왜 그런지 이유를 안 것 같은 기분이 들어.

토요일에 홋카이도에 사는 숙부, 숙모가 정년퇴임을 했다며 우리 집에 놀러왔어.

우리 집에서 2박을 하고 다음주 내내 전국 여행을 한다고 했어.

숙부집은 아버지 친가라서 나나 누나도 여름방학 때 몇 번 놀러 간 적이 있어.

그런데 숙부가 우리집에 온 적은 없었어.

누나도 온 기억이 없다고 했어.

숙부한테 [별일이네.] 이러고 물어보니, 우리집 신축파티 때 이후로 처음 온 거라고 했어.

그 당시 나는 2살, 누나는 4살이니 기억이 안 나는 것도 당연하지.

우리 집에서 지내는 동안은 일본식 방에서 지내기로 하고 정리 겸 안내를 했어.

숙부는 [오랜만이구만~] 이러고 있었는데

숙모는 우리 집에 있는 신단(神棚)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거야.
 

*신단 : 집안에 신을 모셔 놓은 감실


숙모는 후쿠시마 출신이며 상당히 영감이 강해.

에피소드도 하나 있는데 그건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쓸게.

숙모는 잠시 동안 신단을 본 다음 깔깔 웃었어.

 


[가족들 모두에게 얘기해주고 싶으니, 불러와.]

 


그리고 일본식방 신단 앞에 모두가 모이자, 숙모가 얘기를 시작했어.


[재밌다. 이런 일도 있구나! 나도 공부가 됐어, 보통은 신이 화를 내는 법인데 봐준 걸까.]


다들 숙모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.


[있잖아, 신단에 말이야. 너구리가 있어. 뭔가 너구리 그림 같은 게 놓여 있는 것 같은데 거기에 붙은 것 같아. 애초에 나쁜 존재는 아니구, 자연 그대로 같은 그런 느낌이야.]

 

 

숙모는 잠깐 뜸을들였고 

 


[처음에는 장난삼아 붙은 걸 거야. 그런데 그걸 신단에 올리고 매일 자기한테 기도를 하니 혼란스러워서 좋은 쪽으로 착각을 한 것 같아.]


아버지는 딱히 신앙심이 깊진 않지만 습관 삼아 매일 신단과 불단에 기도를 해.

다른 가족들은 가끔씩.


[그래서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신처럼 되려고 하고 있어, 다소 힘은 있지만 너구리니까 사소한 것 밖에 할 수가 없어. 그래도 참 대단해. 백 년쯤 있으면 꽤나 힘이 세질 거야.]

[나중에는 신이 될지도 몰라. 그러니까 도중에 좌절하지 않도록 조금만 잘 살펴줘, 제대로 마음먹게 하고 싶어. 누가 그 그림 몰라?]


숙모의 말에 누나가 아! 하고 소리치며 발판 위에 올라가 신단을 뒤지기 시작했어

그러자 신단에 있는 사당 같은 거 뒤에서 도화지 같은 종이를 끄집어냈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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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그림은 누나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린 그림이라고 했어.
당시에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닥치는 대로 마구 그려댔단 말이지

그러던 어느 날, 어머니가 장 보러 간 사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도중에 그릴 곳이 없어서 일본식 방 벽장 후스마에도 그렸다고 해.

아니나 다를까 집에 온 어머니가 마구 화를 내며 누나가 그린 그림을 전부 버렸나 봐.

그때 자기가 제일 좋아하던 그림 하나를 숨겼다고 해.

당연히 모두들  어떤 그림인지 궁금하지.

누나한테 보여달라고 하니 떨떠름하게 그림을 보여줬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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근데 뭘 그린 건지 잘 모르겠어.

 


[너구리? 개? 고양이? 여우?]

[피카소 그림 같다...]

 


온갖 의견이 나왔어.

누나한테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삐죽거리면서 이러더라.

 


[말일 거야.]



이걸 보고 [말] 이라고 하는 누나도 대단하지만 [날 그린 거다] 라고 생각한 그 너구리의 감각도 대단해.


아무튼 숙모의 어드바이스를 받아 액자에 사진을 넣고 신단 끝에 두기로 했어.


[옛날부터 누나 주변에 뭐가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나쁜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버려 뒀었어, 근데 그게 이렇게 되었을 줄이야 오늘 처음 알았어. 누나 주변에서 누나를 지켜주고 있으니, 누나도 기도를 드려.]

 


그러고는 숙모는 또 깔깔 웃었어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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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무튼 사소하게 운이 좋은 우리 누나다만, 남자 운은 또 다른가봐

아직까지 솔로야

올해 29살이라 내년이면 삼십대에 접어들어
키 164cm, 체중・B・W・H는 모름
C컵에 O형, 전갈자리 여자야.

누가 데려가 주지 않을래? 덤으로 너구리를 드립니다.

추천 2

 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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